[김천]청년 같은 형형한 눈빛, 88세의 농민 선각자 김천 덕천 포도원 김성순 옹

기사등록 : 2017.11.07 (화) 16:32:59 최종편집 : 2017.11.07 (화) 16:32:59      
포도농사는 부농의 길로 인도 한다 “4.19가 나던 1960년 봄, 닷새만 가물어도 시드는 포도나무에 물지게로 하루에 100짐씩 관수하고, 결혼반지를 팔아 장만한 리어카에 똥장군 4개를 싣고 4킬로 거리 김천시내를 하루 4번 왕복하였다.” 김성순 옹의 감회어린 말씀이었다. 그는 1929년 생으로 올해 만 88세이시다. 그가 바로 한국 포도농업의

포도농사는 부농의 길로 인도 한다


~ 김성순 선생의 집념에 찬 포도 인생외길 안내 현수막 ~

“4.19가 나던 1960년 봄, 닷새만 가물어도 시드는 포도나무에 물지게로 하루에 100짐씩 관수하고, 결혼반지를 팔아 장만한 리어카에 똥장군 4개를 싣고 4킬로 거리 김천시내를 하루 4번 왕복하였다.”

김성순 옹의 감회어린 말씀이었다. 그는 1929년 생으로 올해 만 88세이시다. 그가 바로 한국 포도농업의 살아있는 역사요, 포도농사를 이 땅에 뿌린 농민 선각자이다. 김천시 다수동 모래밭 황무지인 하천부지에 포도나무를 심었던 때부터 이 땅의 포도농사 역사는 시작된 것이다. 좀 더 좁혀서 얘기하자면, 김천에 최초로 포도농사를 전파한 포도전도사이다. 그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백사장 같은 조건의 땅인데도 2년생 어린 가지에 탐스러운 포도가 서너 송이씩 달리고, 4년생부터는 조수입으로 30만 원, 당시 쌀 한 가마에 3천 원 하던 때라 쌀 100가마 수입이 되어, 가족(8형제의 장남)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니 동네 사람들이 ‘산꼭대기 가도 살 사람’이라 일러주었다.”고 했다.

그가 포도농사에 몰입하게 된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사건이 바로 ‘쌀농사에 비하여 30~40배 소득이 되는 사업’이었고, 성경 요한복음(15장)에서 나오는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확실히 믿은 기독교인(장로) 농사꾼이었다.


~ 김성순 선생(왼쪽)과 지방분권운동 김종길 구미상임대표(오른쪽) ~

그를 필자와 동료 기자(한국유통신문 김도형 본부장, 긍정의 뉴스 조영덕 대표)에게 소개하고 그에게 안내해준 사람은 지방분권운동 구미본부 상임대표 김종길 선생이다. 김종길 선생은 지역 향토 인물사에 관한 한 독보적 존재이고, 백과사전적 걸출한 사학자로 지칭하기에 필자는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한 향토사 인물의 사전적 전문가인 김종길 상임대표인지라 그의 안내에 따라 우리 일행이 지난 10월 31일 시월의 마지막 날 찾아뵌 김성순 옹(이하 선생이라 함)에 대해, 김 상임대표는 “김성순 선생이 한국 포도농사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분”이라고 포도농사 전문가이며, 포도농의 선구자로서 소개했다.

그분과 그 분의 자제분이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김천시 봉산면 덕천 포도원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당 입구에 35년생 나이라는 우람한 포도나무가 위용을 자랑하며 학교 교실 2개 넓이는 족히 덮을 만큼의 포도덩굴로 천막을 친 듯했다.


~ 덕천 포도원 입구에 있는 35년생 포도나무의 위용, 교실 두 칸은 덮을 정도였다 ~

김성순 선생, 한국 포도농업의 선구자이자 살아있는 역사, 농민운동의 증인

내년이면 구순인 김성순 선생은 귀가 다소 어두우신 편이지만 연세에 비해 건강하고 정정했다. 1970년 김천시 봉산면의 현 포도농장으로 옮긴 김성순 선생은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형형한 눈빛에 정신은 또렷하고, 생생히 과거에 경험했던 일들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조근조근히 장시간 동안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 덕천 포도원 연혁, 덕천포도원의 역사는 김천 포도의 역사이고, 한국포도의 역사이다 ~

김성순 선생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산증인이자 격동의 세월을 지내온 살아있는 역사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인물로, 사단법인 한국포도회 명예회장이며, 지난 2010년에는 40년간 신봉해오던 기독교 대신 천도교로 개종했다고 한다. 본문의 후미에 이에 관한 설명을 보충코자 한다.

대구사범학교 심상과(15기)를 졸업한 김성순 선생은 대구 칠성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했다. 김성순 선생은 1949년 김구 선생의 ‘남북협상, 단독정부수립반대운동’을 알리기 위해 대구사범대 동기생 친구와 유인물을 돌리다 체포돼 국가보안법위반으로 대구형무소에 수감됐다.

김성순 선생은 조부께서 변호사를 구해 1951년도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는 사연과 함께 출감증명서 하나만 달랑 손에 쥔 채 세상으로 나와 살아온 나날들에 대한 파란만장한 얘기를 풀어냈다.

7년간의 공군에서 군 생활 후 고향 김천으로 돌아온 김성순 선생은 1958년도부터 모래밭이나 다를 바 없는 황무지를 개간해 포도농사를 시작했고, ‘한국 포도회’를 창립해 대한민국 포도농업의 확산에 큰 기여를 해왔다.

그는 이 후 유달영 박사의 ‘소심록’을 탐독하여 농업이 식량공급을 해 줄 뿐만이 아니라, 대자연 속에서 삶을 가진다는 기쁨이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함석헌 선생의 ‘씨알의 소리’라는 월간지를 창간호부터 탐독, 그분을 존경하고 흠모했다고 했다.


~ 덕천 포도원이 자랑하는 최우수 품질의 저농약 포도 ~

1965년 한일협정 반대운동이 일어났을 때인 1965년 6월 5일 김천에서 농민들을 중심으로 마을금고를 창립, 김성순 선생이 5년여 동안 직접 마을금고를 운영했으며, 현재 그 마을금고가 100억 원이 넘는 자산 규모로 성장, 발전했다고 한다.

더불어 가톨릭농민회와 기독교농민회 등 진보농민단체에서 활동하며 농민운동을 병행해온 김성순 선생은 1978년 ‘함평고구마사건’ 당시 열흘간 단식을 했고, ‘오원춘 감자사건’으로 안동경찰서에 20일간 구금됐다고 했다. ‘함평 고구마 사건’이란 소주회사인 ‘진로’가 주정을 확보하기 위해 함평 농민들에게 전량 매입 조건으로 고구마 농사를 짓게 했지만, 진로 측에서 고구마를 수입할 경우 가격이 저렴함을 이유로 수매불가 되어 이 후 1년간 농민들의 원성이 대단했던 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농민운동으로 한국 포도회 조직, 포도회보 발간, 유기농 농사법 추진

김성순 선생이 농민운동에 더욱 매진하게 된 이유는 농민들의 생존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그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사적(私的)으로는 대구사범학교 선배였지만, 집권 초기와는 달리 농협조합장 선출을 임명제로 하여 농협이 정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도록 20년 간 이나 지속되었다고 했다. 다시 말해 농협조합장 임명제는 농민 스스로 자력으로 육성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며, 박정희 대통령 사후에 비로소 조합장 직접선거가 이루어져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김성순 선생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당사, 농업기술자협회가 건국대 기숙사를 이용, 일본의 유기농 농업전문가를 초청, 2박 3일간 교육받은 것을 기점으로 전국포도농업자 단체를 창립, ‘한국 포도회’를 조직, 부회장을 맡았다고 했다. 그 때부터 포도농사에 관한 기술지도 목적의 ‘포도회보’(월간지)를 발간, 배포하였으며, 한 번 발간할 때마다 약 2,000부(100 페이지 정도의 분량)를 발행했으며, 그는 현재까지도 포도회보 발행에 중심적 위치에서 관계하고 있다고 했다.


~ 김성순 선생이 최초로 발간, 지금도 월 회보로 발행되고 있는 포도회보 ~

김천지역을 중심으로 포도농사를 짓는 농민이 3,000여 호가 됐지만 FTA규제 등과 함께 외국산 과일류가 저렴한 가격으로 물밀 듯이 수입되는 터라 포도 재배농이 절반 이하로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 따라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지역의 농협, 지자체, 농업진흥청 산하 농업기술연구소 등과 협력,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하며, 최대 수출시장이 중국이었는데 사드문제로 어려움이 많았으나, 근래에 와서 중국과 해빙무드 조성으로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했다.

김성순 선생은 1980년 유기농 중심의 정농회에 참여, 무농약 운동을 농촌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농약 운동은 막상 가족부터 ‘안되는 농사’라는 인식 하에 반대하여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이다. 솔직히 무농약주의를 권장은 하지만 결정적인 시기엔 수확을 위한 최소한의 농약 살포 필요 유혹을 물리치기 힘들어 정부 지침의 허용 범위 내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 덕천 포도원 전경 ~

특히 전세계 농업계가 허용하고 있는 식물생장제의 살포에 대해서 유독 우리나라 소비자(단체)들이 의혹을 가지고 반대하고 있어 제품 판매에 실제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개신교(기독교)에서 천도교로 개종

김성순 선생이 기독교(장로)에서 천도교로 개종한데 따른 특별한 이야기가 있었다. 2007년 6월 7일(주일), 김성순 선생은 교회를 가지 않고 단성사(과거 육군형무소 자리)에서 해월선생 추모제에서 4시간 동안 ‘동학’강연을 듣고 난 뒤부터 뜻을 달리 했다고 했다. 그 뒤 2009년 동학학회(성신여대 교수, 여)에서 발간한 ‘천부경’의 심오한 진리에 심취, 천도교로 개종했다고 하며, 그의 찬찬한 설명을 듣노라면 그 자신은 이미 ‘동학’(천도교)에 이미 통달한 모습 그대로였다.


~ 사무실에 게시된 천도교 교리 상징의 걸개 그림 ~

특히 그는 천도교 창시자 수운 최재우 선생의 동학이론에 의한 설명으로 ‘인간은 태어난 뒤부터 모든 것과 함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 중에도 그가 소개하고 있는 성경의 외경인 ‘도마복음’은 어느 농민이 어떤 산골짜기 깊은 골의 단지 속에서 찾아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고 하는 기독교적 신앙심도 그대로 가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김성순 선생은 포도농사를 지으면서 포도나무를 보면, 가을에 잎이 떨어지면 땅 속에 묻혀 봄에 수액으로 올라와 포도나무가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철학적 원리의 설파를 했다. 동학 천도교의 교리(?)인 경천, 경인, 경물(敬天 敬人 敬物)사상이 몸에 밴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특이한 주장은 현 시국상황은 ‘세월호 사건’이 없었다면 촛불도 없었을 것이고, 지금의 상황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그는 과거 동학농민전쟁으로 당시에 30만 명이 희생 당했고, 그 희생으로 오늘의 문명과학 시대가 이르렀다고 설파했다. 다만 현 시대가 너무도 물질만능 시대임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생로병사’가 인생사의 순리이니 만치 우리는 서로 도우고 나누면서 살아야 함을 강조하면서, 그것이 생명평화운동‘이라고 했다.

김성순 선생 고조부 사포 김익윤 선생은 조선 우두술 최초 전파자


~ 조선 최초 우두 전파자 사포 김익윤 선생 관련 증빙자료를 보이는 김성순 선생 ~

(김성순 선생은 사포 김익윤 우두술 전파자의 고손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신은 세월호 사건으로 수백 명의 생명이 사라졌을 당시 멀지 않아 반드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다는 것이다. 과거 1876년 개화 당시 선각자들이 일본, 중국, 미국 등 선진국으로 앞 다투어 나갔고(선진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자), 그들 중 한 사람인 의성 출신의 사포 김익윤 선생이 중국에서 우두술을 배워 이 땅의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는 얘기도 했다. 지방분권 구미상임대표 김종길 선생이 말했듯이 “우리나라에 최초로 우두를 전파한 사포 김익윤 선생이 김성순 선생의 고조부”라는 사실에 또한 감격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고조부는 우두술로, 고손자는 포도로 농민의 삶을 윤택하게 한 숭고한 삶은 널리 추앙받아야 할 위인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우두술 전파에 관해서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는 근대 의료역사에서 지석영 선생으로 되어 있지만 사료에 의하면 이재하, 최창진, 이현유 등 다수의 사람이 있었고, 독립운동가 유상묵 선생이 기술한 의성지에 의하면 사포 김익윤 선생을 지목하고 있다. 유상묵 선생은 선산군의 박상희 선생, 최관호 선생 등과 함께 신간회에 참여, 동아일보 기자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이순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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