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밤하늘 아래 월정교가 붉게 빛났다.

29일 저녁,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신라 천년의 숨결이 깃든 월정교 수상 특설무대에서 ‘APEC 2025 KOREA 한복패션쇼’를 열며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이번 행사는 내년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주간(10월 27일~11월 1일)에 펼쳐질 주요 문화 프로그램으로, 한복을 중심으로 한 5韓(한복·한식·한옥·한지·한글) 콘텐츠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무대로 꾸며졌다.

경상북도는 전통 비단과 삼베 등 원료 생산부터 제작까지 이어지는 전국 유일의 한복 산업 생태계를 갖춘 지역이다.

특히 경주 두산 명주마을은 국내 유일의 손명주 생산지로, 2021년 문을 연 한국한복진흥원과 함께 이번 패션쇼의 중심이 됐다.

전통문화의 뿌리를 세계로 확장하는 상징적 무대라는 평가다.

‘한복, 내일을 날다’를 주제로 한 이번 패션쇼는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문화 교류의 장으로 구성됐다.

AI 영상과 미디어아트가 어우러진 공연은 한복의 섬세한 곡선미를 극대화하며 전통과 첨단기술이 어우러진 새로운 형식의 무대를 선보였다.

무대는 신라시대 왕궁과 교외를 연결하던 관문 월정교 위에 설치된 ‘ㅎ자형 수상 런웨이’로, 전통 건축의 곡선미를 형상화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패션쇼는 ‘신라 왕복’, ‘APEC 기념 한복’, ‘AI 한복’ 등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복의 진화를 표현했다.

특히 이진희 디자이너의 AI 한복은 전통의 형태미에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작품으로, 한복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한 이번 행사에서는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제작된 ‘APEC 기념 한복’이 처음 공개됐다.

남성복은 구혜자 침선장이, 여성복은 강미자 명장이 제작했으며, 상주 함창 명주에 한글과 구름 문양을 직조해 한국적 아름다움을 세련되게 담아냈다.

각국의 선호 색상과 오방색을 조화시켜 국가별 정체성을 표현하며 ‘문화로 연결되는 APEC’의 의미를 더했다.

현장에는 한복 외에도 한식, 한옥, 한지, 한글 등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5韓 콘텐츠 전시관’이 함께 마련되어 관람객들에게 보고, 듣고, 체험하는 즐거움을 제공했다.

APEC 정상회의 참가 대표단과 세계 각국의 경제인들이 전시관을 방문해 한복 입기, 한지 체험, 한글 서예 등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경북의 문화적 깊이를 느꼈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한복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문화의 매개체”라며 “이번 패션쇼를 계기로 경북의 전통문화가 세계 속에 자리 잡고, 한복이 글로벌 문화콘텐츠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정교 위로 펼쳐진 수상 런웨이는 과거 신라의 영광을 품은 채, 한복이 세계로 날아오르는 찬란한 시작을 알렸다.

기사등록 : 경북뉴스라인 / kth09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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